
“그 도시는 어디에도 없고, 내 안에만 존재했다.”
아니, 어쩌면 당신 안에도 있을지 모른다.
🌙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젊었고, 사랑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일반적인 사랑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에게 말한다.
"나는 이 세계에 살고 있지 않아."
그녀는 어딘가 현실과는 다른, 닿을 듯 말 듯한 ‘도시’에 살고 있었다.
그녀가 사라진 후, 그는 그 도시의 존재를 느끼고, 결국 그 도시의 벽을 넘어 들어간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그는 수문장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맡기고 살아가게 된다. 그 도시는 조용하고, 사람들은 감정을 잊은 채 살아간다. 마치 모든 것을 봉인한 듯, 따뜻함도, 아픔도 사라진 곳이다.
도시에서 그는 글을 읽는 일을 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그녀가 나타나기를.
🧭 줄거리 속으로 – 기억, 정체성, 그리고 ‘나’라는 환상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젊은 시절의 사랑 이야기와 ‘그녀’를 찾아 도시로 들어가는 이야기, 두 번째는 현실로 되돌아온 주인공이 도서관 사서로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세 번째는 중년이 된 주인공이 다시 한 번 ‘그 도시’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책은 단선적인 플롯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와 메타포, 의식의 흐름이 가득하다. 우리가 읽고 있는 문장은 마치 기억의 안개를 걷듯 흘러가고, 그 안에 독자는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현실과 비현실, 육체와 그림자, 자아와 타자, 사랑과 상실의 경계에서, 이 소설은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 도시는 무엇을 상징합니까?”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 하루키가 전하는 메시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하루키가 젊은 시절 발표한 단편을 다시 써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젊은 작가의 날 것 같은 열정과, 중년의 숙성된 성찰이 공존한다.
사랑은 기억으로 남고, 기억은 시간을 관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만든다. 그 기억을 되찾기 위해, 우리는 때때로 불확실한 벽을 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벽 너머에서 결국 마주치는 것은… 다름 아닌 ‘나’다.
도시는 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 잃어버린 것, 간직했던 감정은 모두 그 도시의 돌 하나하나로 쌓여 있다.
💡 독자 추천 포인트
- 하루키 특유의 은유와 상징, 그리고 흐릿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강력 추천
- 내면의 정체성, 기억과 시간, 자아와 상실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는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 한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다. 두고두고 곱씹게 되는 문장들이 담겨 있다
- 특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좋아했다면 이 소설은 거의 필독 수준
✍️ 마무리하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도시는 어디에 있는가?"
혹시 당신도, 어느 불확실한 벽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있지 않은가?
읽고 난 뒤, 어떤 이는 말한다.
"정말 하루키답다."
어떤 이는 말한다.
"이번엔 너무 심오해."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건 하루키가 평생 써오던 이야기에 대한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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