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이별의 노래, 기다림의 노래 – 고려 속요 〈가시리

욱’s 2025. 3. 29. 05:10

고려가요(속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인 〈가시리〉.
이 노래는 이별의 순간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마치 오늘날의 이별 노래처럼 헤어짐의 슬픔과 다시 만날 희망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 단순한 이별 노래일까요?
과연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불렀던 걸까요?
이제 그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 〈가시리〉 원문과 해석

📜 원문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나는)** 잡고 가시리잇고.

날**(나를)** 버리고 가시려거든
싀어디(죽어)나 가시옵소서.

잡사와(붙잡아) 두어리마난
선하면 아니올셰라(서운하면 안 올까 두렵다).

📖 해석

가시려거든 가시렵니까?
나는 붙잡고 싶지만 가시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려거든
차라리 죽어서 가십시오.

붙잡아 두고 싶지만
너무 서운하면 다시 안 올까 봐 걱정입니다.

짧지만 강렬한 표현들.
이별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떠날 거라면 죽어서라도 가라는 강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곧,
너무 붙잡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애틋한 마음도 담겨 있죠.



2. ‘가시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 노래에서 떠나는 사람은 누구이고, 남아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고려 시대의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1) 남녀 간의 이별
•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지만, 붙잡을 수도 없는 상황.
• 너무 매달리면 상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봐 조심스러움.
• 사랑하면서도 보내줄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

(2) 왕과 신하의 이별
• 고려 말, 충신들이 고려 왕조를 떠나야만 했던 비극적인 현실.
• 왕을 떠나야만 했던 충신들의 아픈 심정이 담긴 노래일 수도 있음.



3. ‘가시리’의 감정 코드 – 왜 현대에도 울림을 줄까?

이별의 순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겪는 감정입니다.
〈가시리〉는 고려 시대에 만들어졌지만,
오늘날의 이별 노래들과 다르지 않은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 현대 이별 노래와 비교해보면?
• 임재범 - ‘고해’ : ‘가지 말라고 애원하지만 결국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
• 아이유 - ‘이 지금’ : ‘떠날 수밖에 없는 순간, 그래도 널 사랑해’
• 김광석 - ‘이등병의 편지’ : ‘떠나야 하지만, 다시 돌아오고 싶다’

이처럼 〈가시리〉도 이별 앞에서 붙잡고 싶지만, 결국 보내줄 수밖에 없는 감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4. ‘가시리’ 속 고려인의 정서 – 왜 이렇게까지 아픈가?

고려 시대의 문화 속에서 이 노래를 이해해 보면,
이별이 단순한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역사적 정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1) 고려의 불안정한 시대상
• 고려 말, 몽골의 침입과 왕조의 몰락 속에서 많은 이들이 떠나야만 했던 현실.
• 신하들은 충성했지만, 결국 떠나야 했고
• 백성들은 전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음.

(2) 불교적인 영향
• 고려는 불교 국가였고, 불교에서는 이별과 만남이 윤회의 일부라고 봄.
• 붙잡고 싶지만, 떠나보내야 하는 삶의 순환이 강조됨.



5. 결론 – ‘가시리’는 단순한 이별 노래가 아니다!

이제 〈가시리〉가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고려 시대의 슬픔, 불안, 떠나보내야만 하는 운명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구절에서
“선하면 아니올셰라 (너무 힘들면 다시 안 올까 봐 두렵다)”
라고 하며, 언젠가는 다시 만날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별의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마음,
바로 이것이 고려인의 정서이며,
오늘날까지 이 노래가 울림을 주는 이유 아닐까요?



📌 요약 정리

✅ 〈가시리〉는 고려 속요로, 이별의 애절함을 담은 노래.
✅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하는 슬픈 현실을 그린다.
✅ 왕과 신하, 고려 말의 불안한 시대상 속에서도 해석 가능.
✅ 현대 이별 노래와도 비슷한 감정선을 가짐.
✅ 이별 속에서도 ‘다시 만날 희망’을 품고 있음.

오늘날에도 〈가시리〉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나요?

'마인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  (0) 2025.03.30
신명기 29장  (0) 2025.03.30
신명기 28장  (0) 2025.03.29
정철의 『관동별곡』 – 절경 속에 담긴 꿈과 현실  (0) 2025.03.28
신명기 27장  (0) 202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