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대학 동기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재영은 우연히 한 권의 책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야, 너 ‘수도’라는 소설 들어봤어?” 친구가 물었다. 재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게 뭐야?”
“조정래 작가의 소설인데, 장난 아니야.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아주 깊이 파헤친 작품이더라고. 읽다 보면 진짜 소름이 돋을 정도로 현실적이야.”
재영은 평소 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지만, ‘수도’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친구의 강력한 추천을 받은 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로 책을 구입했다. ‘수도’라는 제목이 주는 묵직한 느낌이 그를 압도했다. 과연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수도’는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치 드라마를 그리고 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 그 중심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과 부패,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감나게 펼쳐진다. 재영이 책을 펼치자마자, 그는 마치 서울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은 서울의 한 정치인, 강민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이상을 품고 정치에 입문했지만, 현실은 그의 이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정치판은 온갖 음모와 거래가 난무하는 곳이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강민혁은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
정치와 권력의 이중성
재영은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 얼마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지를 깨닫게 되었다. 강민혁은 처음에는 깨끗한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권력을 잡기 위해 점점 자신의 신념을 버려야 했고, 결국에는 그가 그토록 증오했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되어간다.
소설 속의 다른 인물들도 모두 각자의 욕망과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권력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조정래는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정치의 이중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상과 현실, 신념과 타협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재영은 때때로 소설이 아닌 현실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서울이라는 공간의 상징성
재영이 ‘수도’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서울이라는 공간의 상징성이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중심,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이다. 하지만 조정래는 이 도시에 대해 냉철한 시선을 던진다. 번화한 거리와 화려한 건물들 속에 숨겨진 부패와 불의,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특히 재영은 강민혁이 서울의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그는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이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서울은 더 이상 단순한 도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과 부패, 그리고 그 속에서 무너져 가는 인간성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결말: 현실을 직시하라
재영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는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었다. 조정래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단순히 수도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과 부패가 교차하는 공간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이 담긴 곳이다. 재영은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그는 친구들에게 말할 준비가 되었다. “너희들, ‘수도’ 읽어봤어? 이건 그냥 소설이 아니야. 우리의 현실이야.”
조정래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철저한 해부이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