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고요한 방 안, 수진은 책상 위에 놓인 두툼한 책을 바라보며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조정래 작가의 **“불놀이”**였다. 사회 문제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지만, 이번 소설은 제목부터 왠지 뜨겁고 위태로웠다. 그녀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한겨울의 캠프파이어 앞에서 불꽃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뜨거운 욕망의 불길
**“불놀이”**는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 불놀이, 즉 불을 가지고 노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책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수진은 이 소설이 바로 그 위험한 불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불러일으키는 파괴적 힘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 한국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었던 시기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었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바로 부동산 투기와 같은 문제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사람들의 삶을 흔들고 있었다.
주인공 박정규는 그런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좇는 인물이다. 그는 부동산 투기를 통해 큰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인간성을 조금씩 잃어가며, 욕망의 불길에 휩싸여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수진은 이 대목에서 소름이 돋았다. 박정규의 모습이 마치 자신의 욕망을 쫓아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의 축소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욕망의 불길에 타버린 인간성
박정규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놀이”**는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집값이 치솟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 하지만 박정규와 같은 투기꾼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킨다.
수진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현대 사회의 부동산 문제를 떠올렸다. 높은 집값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 그 와중에 돈을 벌기 위해 투기에 뛰어드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소설 속 이야기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조정래 작가는 박정규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어떻게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박정규는 결국 자신이 쫓던 욕망의 불꽃에 타버리고 마는데, 수진은 그 과정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불꽃이 남긴 잿더미
소설이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때, 박정규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부와 성공은 결국 그의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욕망의 불꽃은 그의 모든 것을 태워버렸고, 남은 것은 잿더미뿐이다. 수진은 이 장면에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모든 것을 잃은 박정규의 모습은 너무도 쓸쓸하고 비극적이었다.
조정래는 **“불놀이”**를 통해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불놀이처럼 위험한 욕망을 쫓는다면, 그 끝에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 우리는 그 불꽃에 휩싸여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끝나지 않은 불놀이
수진은 책을 덮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불놀이”**는 단순히 부동산 투기를 다룬 소설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이었다. 조정래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수진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자신도 욕망에 눈이 멀어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불놀이”**는 그녀에게 경고의 불빛을 비춰준 셈이었다.
이제 수진은 그 불빛을 가슴 속에 담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조정래의 **“불놀이”**는 단순한 소설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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